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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 박사 김봉수 칼럼] 2026 세제개편안 가업승계 특별기획② 1,000억원보다 먼저 봐야 할 ‘가업의 자격’

전문기술·경영상 노하우가 새로운 출발점…가업승계가 ‘요건 확인’에서 ‘가치 증명’으로
727개 업종 재편·민관 심사위원회 도입, 공제한도보다 먼저 우리 기업의 자격을 점검해야
한국가업승계협회·김봉수 박사, 기업은 승계의 증거를 준비하고 정부는 판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가업의 자격은 공제한도보다 먼저 증명해야 할 전략의 출발점이다]
[가업의 자격은 공제한도보다 먼저 증명해야 할 전략의 출발점이다]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가업상속공제 최대 1,000억원은 가장 눈에 띄는 숫자다. 그러나 실제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공제한도를 계산하기 전에 더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회사가 세법상 ‘가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정부안은 가업을 ‘전문기술과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특허권과 영업비밀, 산업기술, 숙련기술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수준의 전문기술 또는 경영상 노하우까지 판단대상에 포함한다. 반면 타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술이나 노하우로 사업하는 프랜차이즈와 부동산 관련 소득, 이자·배당소득 등이 주된 기업 등은 제외하는 방향이다.

이 변화의 의미는 작지 않다. 지금까지 가업승계 실무에서는 업종, 매출액, 지분, 경영기간 같은 외형적인 요건을 우선 확인했다. 앞으로는 여기에 “이 기업이 오랜 기간 무엇을 축적했는가”라는 질적인 판단이 더해진다.

가업승계가 ‘요건 확인’에서 ‘가업의 가치 증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는 이 부분을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모두 특허권으로 등록돼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설비를 사용해도 불량률을 낮추는 공정조건이 다르고, 거래처별 품질기준을 맞추는 방법과 숙련기술자의 작업순서, 원재료 배합과 생산관리 방식이 기업마다 다르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고객관리와 납기 대응, 원가관리 방식도 경영상 노하우가 될 수 있다.

정부안이 ‘이와 유사한 수준의 전문기술 또는 경영상 노하우’를 포함한 것은 이런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 문답자료도 세부 기준을 향후 심사위원회 운영지침 등을 통해 공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다음 세대 승계의 기반이 된다]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다음 세대 승계의 기반이 된다]

따라서 기업의 준비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요구할 증빙자료의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술과 노하우가 대표 개인의 머릿속에만 있어서는 곤란하다. 특허와 인증자료뿐 아니라 연구개발 기록, 공정관리 문서, 품질관리 체계, 영업비밀 관리현황, 숙련기술 전수과정, 핵심 거래처와 장기간 축적한 업무체계 등 기업 경쟁력의 근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세무서에 제출할 서류를 만드는 차원의 일이 아니다. 창업세대가 가진 기술과 경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바꾸고 후계자에게 이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법이 무엇을 인정하느냐를 넘어 기업 스스로 “우리 회사가 다음 세대에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정리하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공제대상 업종도 보다 촘촘하게 바뀐다. 정부안은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를 기준으로 전체 1,205개 업종 가운데 727개를 공제대상으로 선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마트,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병원, 약국 등은 주요 제외 업종으로 제시됐고, 백년소상공인과 명문장수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은 업종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는 방안도 포함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업종에 해당한다고 해서 판단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민관 심사위원회를 신설해 신청기업이 실제로 전문기술과 경영상 노하우를 가진 가업인지 심사하도록 할 계획이다. 심사위원회는 가업 해당 여부뿐 아니라 경영기간이나 사후관리기간 중 업종변경 허용 여부, 공제대상 업종 조정 등도 다루게 된다.

절차 역시 이전과 달라진다. 정부안에 따르면 납세자가 상속·증여세 신고와 함께 관련 심사자료를 제출하면 과세관청의 사전조사를 거쳐 심사위원회가 판단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세액을 결정·통지하는 구조다.

[민관 심사위원회는 가업의 자격을 객관적으로 판정한다]
[민관 심사위원회는 가업의 자격을 객관적으로 판정한다]

이 지점에서 정책적으로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가업승계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을 준비하는 일인데, 기업이 자신이 가업에 해당하는지를 상속이나 증여가 발생한 뒤에야 비로소 확정적으로 알 수 있는 구조라면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세액이 수십억원, 경우에 따라 수백억원까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면 사전예측 가능성은 세제혜택 그 자체만큼 중요하다.

정부가 실제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된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겠다는 방향에는 충분한 정책적 이유가 있다. 가업승계 지원이 단순한 부의 이전에 대한 세금감면이라는 비판을 넘어 기술, 숙련, 고용과 기업의 지속성을 지원하는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일정한 선별기준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를 강화했다면 심사의 투명성도 같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객관적인 평가기준과 표준 증빙목록을 제시하고, 기업이 승계 전에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전확인 또는 예비심사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심사 결과의 구체적인 이유를 기업에 알려주고 재심사나 이의제기가 가능한 절차를 명확하게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기술자료와 영업비밀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할 인력과 조직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기록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기술과 노하우의 가치까지 부정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정부와 유관기관이 업종별 가이드라인과 표준화된 준비모델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가업승계협회 같은 민간 전문기관의 역할도 여기서 달라질 수 있다. 과거의 가업승계 진단이 지분율과 경영기간, 세액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업종 적격성, 기술·노하우의 존재, 증빙 가능성, 후계자에게 실제로 전수되는 과정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상속ㆍ증여세 계산서’보다 먼저 ‘가업가치 진단서’를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의 핵심기술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자료로 남아 있는지, 특정 개인에게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지, 후계자는 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를 지금부터 점검해야 한다.

[가업가치 진단자료가 세제지원 전략의 핵심 증거가 된다]
[가업가치 진단자료가 세제지원 전략의 핵심 증거가 된다]

더욱이 이번 가업의 정의와 심사체계는 가업상속공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부안은 상속세 납부유예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증여세 납부유예도 같은 방향으로 조정하려 하고 있다. 결국 ‘가업의 자격’은 향후 여러 승계지원제도에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지금 기업이 서둘러야 할 것은 주식 이전이 아니다. 기업 안에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경영상 노하우를 찾아내고, 기록하고, 보호하고, 후계자와 조직에 전수하는 일이다.

세제지원의 자격은 세무신고 때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오랜 시간 쌓아온 경쟁력을 얼마나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서 시작된다.

정부도 같은 질문을 받아야 한다. 좋은 기업을 선별하겠다는 정책이라면 좋은 기업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기준부터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지원은 엄격할 수 있지만 판정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이번 특별기획의 다음 글에서는 ‘가업의 자격’을 통과한 이후의 문제를 살펴본다. 가업상속공제 최대 1,000억원이라는 확대된 한도 뒤에 놓인 30년 경영, 후계자 요건, 사업용 자산과 사후관리 부담을 실제 기업의 승계전략 관점에서 짚어볼 것이다.

백년기업은 세법이 가업이라고 불러준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술을 남기고 사람에게 전수하며, 그것을 기업의 자산으로 증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승계의 기반이 만들어진다.

관련 링크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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